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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서쪽은 `서촌`이 아니다?

동화나무 2013. 11. 20. 06:50

 

서울시 시민스토리텔링단이 찾은 경북궁 서쪽 마을 뒷이야기

 

      

[서울톡톡] 지난 11월 2일(토)에 서울시 온라인 시민스토리텔링단은 경복궁 서쪽 마을을 다녀왔다. 이번 답사는 한양대학교 전우용 교수의 설명과 함께 창의궁 터, 통의동 백송, 이상의 집터, 벽수산장, 종로구립 박노수 미술관, 수성동 계곡으로 이어졌다. '북촌'에 이어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는 경복궁 서쪽 마을, 그 숨은 뒷이야기를 정리해봤다.

서촌 마을의 진짜 이름은 '상촌(웃대)'

사람들이 북촌과 대비해 서촌이라 부르는 것일뿐, 이 동네 진짜 이름은 '상촌(上村)'이고 순우리말로 하면 '웃대'다. 이는 옥인동 근처에 흐르는 옥계천의 상류라는 뜻이다.

원래 '서촌'이라하면 조선시대 서소문에서 서대문에 이르는 지역을 말한다. 여기에 동촌, 남촌, 북촌, 중촌을 합쳐 5촌이라 하며, 동촌은 낙산 밑 혜화동, 연건동 지역이고, 남촌은 남산 근방을 말한다. 북촌은 백악산 밑을 일컫고, 중촌은 청계천, 종로, 을지로 지역을 말한다.

상촌을 지키는 통의동 백송

상촌에서 눈에 띄는 나무는 백송이다. 원래 중국에 자생하는 백송은 서울에 통의동, 계동 헌법재판소 앞, 조계사 세 곳에 있다. 이중 통의동 백송이 가장 크고 오래되었다. 그러나 통의동 백송은 1990년, 7월 폭풍으로 쓰러져 지금은 밑동만 남았다.

통의동 백송

또한 이곳은 창의궁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창의궁은 영조가 왕이 되기 전인 연잉군 시절에 살던 집이다. 지금 경복궁역 3번 출구 근처에 있는 창의궁터는 잘못된 것으로 원래는 월성위궁 터이다. 월성위궁은 영조의 둘째 딸 화순옹주가 김한신과 혼인하여 그를 월성위로 봉하고 지어준 집이다.

시인이 이상이 걷던 길

창의궁 터를 뒤로하고 천재 시인 이상이 걷던 길을 걸었다. 통인동 154번지가 바로 이상의 집터이다. 이상이 3살 때부터 24살까지 살던 백부의 집터 중 일부분으로 현재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복원을 위해 수리 중이다.

윤덕영의 '아방궁'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발걸음을 옥인동으로 돌려 '벽수산장(옥인동 43번지 일대)'으로 향했다. 민영환의 동생 민영찬은 프랑스 대사 시절, 서울에 돌아와 살 집을 위해 프랑스 건축가에게 집 설계를 부탁했다. 하지만 을사늑약이 일어나자 가세가 기울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때 순종의 장인 윤택영의 동생 윤덕영이 이 설계도를 사서 지은 집이 바로 벽수산장이다. 지금은 돌기둥만 남아있는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지은 가장 큰 서양식 석조 건물로 당시에 '아방궁'이라 불렀다.

벽수산장 돌기둥

벽수산장 근처에 전염병 환자들의 수용소인 '순화병원(옥인동 45번지)'도 있었다. 당시 '순화원 갈 놈!'이란 욕이 있을 정도였단다. 아방궁으로 불리던 으리으리한 석조 건물과 전염병자 수용소가 함께 있었던 야릇한 동네이기도 하다.

미술관으로 변신한 박노수 가옥

수성동 계곡을 향해 오르면 오른쪽 골목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집이 나타난다. 이 집(옥인동 168-2)은 원래 벽수산장의 주인 윤덕영이 딸을 위해 1930년대 말 지은 집이다. 올해 2월 작고한 남정 박노수 화백은 1972년부터 이곳에 살았고 '서울특별시 문화재자료 1호'다. 2011년, 박 화백이 작품과 함께 종로구에 기증하여 지금은 '종로구립 박노수 미술관'으로 지난 9월 11일 개관했다.

박노수 가옥

뒤뜰에서는 추사 김정희가 쓴 '송석원(松石園)'이라는 바위도 발견되었다. 당시 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중인들은 추사를 좋아하고 이곳에서 시회(詩會)를 열며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요란한 폭포가 있었던 곳, 이름만 남아 지금까지 흐르네

수성동(水聲洞)은 예전에 큰 바위가 있고 가운데로 옥류동천이 흘러 비가 오면 폭포 소리가 요란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청계천 발원지인 옥류동천이 1930년대에 복개되고 해방 후 옥인아파트가 들어서며 물소리는 사라지고 이름만 남았다. 아파트를 철거할 때 이곳이 사적지임을 알게 되어 그 후 복원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찾았다.

겸재 정선의 [수성동](좌), '기린교'가 있는 수성동 계곡 모습(우)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기린교'도 보이고, 그 뒤로 인왕산이 짙은 단풍옷으로 갈아입고 위풍당당 서있다. 경복궁 '상촌' 마을 이야기, 볼수록, 들을수록 깊어져가는 이야기에 귀가 즐겁고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