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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친구들이 모여 만든 마을카페

동화나무 2014. 3. 20. 07:12

상도동 성대시장의 마을카페 ‘사이시옷'

시민기자 서형숙 | 2014.03.19
    [서울톡톡] 지인이 만나자고 한 약속장소를 찾아가는 길. 마을버스를 타고 상도동 성대시장 한복판에 내렸다. 복잡하게 왜 이런 데서 만나자 했을까? 북새통을 뚫고 간신히 찾아간 곳은 카페 '사이시옷'. 이름부터 일반 카페와는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오르기 위해 한발 내딛었는데, 어라? 이 카페 참 재미나다. 계단 옆 벽면에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색적인 그림들이 카페를 찾아오기까지 심란했던 과정을 절로 해소시켜 주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이런 시장 한복판에 호젓하게 앉아 차를 마실 공간을 마련할 생각을 다했을까? 지인을 만나는 반가움보다도 이 카페에 담겨져 있을 사연이 더 궁금해졌다.

사이시옷

카페는 한마디로 운치 가득한 공간이었다. 전제적으로 왠지 느긋해 보이고 여유로움을 주는 공간은 햇볕이 잘 드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차와 파이를 주문해서 기다리는 동안 이 카페에 대해 잘 아는 듯한 지인에게 카페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을공동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지인은 이곳이 "희망가게"라고 먼저 운을 뗐다.

희망동네 1호점 카페 '사이시옷'

아기자기한 카페 내부

카페 사이시옷은 2010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들로 결성된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이하, '희망동네'>가 그 시초였다. 그때는 아직 '협동조합 기본법'이라는 게 통과되기 전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처음 희망동네가 주민들에게 "협동조합을 만들어볼까요?"라고 제안했을 때, 주민들의 반응은 서먹했다. "협동조합? 그게 뭔가요?",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요?", "왜 힘들게 그런 일을 하려고 해요?"라는 물음이 되돌아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배당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300만 원이 넘는 돈을 출자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났다. 출자금은 1구좌당 300만 원. 배당금은 없고 수익금 전액을 지역복지기금으로 사용하는 조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동참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더불어 함께 살아보자'는 그 의미 있는 동참에는 17명의 출자자가 함께 해 5,100만 원을 만들었다.

배당금 없는 출자금이 지역복지기금으로 발전하다

그렇게 어느 덧 3년이 흐르는 동안 사이시옷은 무럭무럭 성장했다. 감동적이고 좋은 일들도 많았지만, 나름 내부적으로 많은 어려운 점과 갈등들도 있었다. 전문인력으로 운영되는 사업체가 아니다보니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희망동네는 고비에도 좌절하지 않고 <사이시옷>을 발전시켜왔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생기면 주민들을 만나, 소통하고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주민들 역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공동체를 더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한 일'로 여겼다. '배당금이 없는 출자금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기부금이라고 부르자!'라는 마음으로 주민들은 마음을 합했다. 그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카페 사이시옷은 지금 매월마다 꼬박꼬박 지역복지기금을 적립하는 흑자가게로 성장했다.

"100명의 동네친구를 만들자"

`사이시옷`에서 주민들이 모여 회의도 하고 도란도란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사이시옷은 2013년부터 '새로운 사이시옷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위해 출자금을 3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낮추고, 출자자 100명을 모집하기로 했다. 출자자는 단지 돈만 내고 지켜보는 사람으로만 머물지 않고 카페 공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오랜 고심 끝에 현재 100여 명의 조합원이 함께 할 수 있는 6개의 소모임도 만들어 놓고 준비 중이다. 도시텃밭, 인문학 책읽기, 술담그기, 생활소품만들기, 청소년바리스타, 동네밴드가 바로 그것이다. 동네에서 이런 활동을 통해 그동안 남이었던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서로 이웃으로 만나고, 소통하고, 즐기며 동네 친구가 되는 것이다. 사이시옷의 정영구 대표는 "서로 재능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를 통해 함께 서로를 돕고, 나누며 살아가다보면 '바로 이거야' 하고 느낄 수 있는 게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어느새 서울의 도시 구석구석엔 '나'만이 아닌 '우리'가 함께하는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도전들이 한창이다. 희망센터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우리들은 더 이상 외롭고 어색한 동네가 아닌, 주위에 동네친구가 넘쳐나는 지역공동체를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신나는 동네생활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앞으로는 '우리 동네 친구 할까요?'라고 누군가로부터 건네지는 인사들이 자주 들려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조합원이 되려면
 1) 조합원 신청서를 작성한다.
 3) 출자금 (1구좌 50만 원)을 납부한다.
 4) 마음에 드는 소모임을 선택한다.

 참여신청 및 문의 : 마을카페 사이시옷(070-7569-6684)
 사이시옷 운영시간 : 오전 10 ~ 밤 12시
 문의전화 : 070-7569-6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