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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햇살아래 자주점검활동기

동화나무 2014. 1. 11. 09:24

 

2013년 하반기 자주점검활동의 첫 단추를 끼운 햇살아래, 상주 햇살아래 공동체

2013년 9월 25일, 하반기 자주점검활동의 첫걸음을 내디딘 곳은 바로 경북에 위치한 상주 햇살아래 공동체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상주 햇살아래 공동체는 한살림과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오랜 인연을 맺어온 사과, 포도, 배 등의 과일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총 3명의 점검활동단(김현옥, 이종병, 임지화)과 함께 찾아간 상주 햇살아래 공동체는 잘 여문 사과나무로 가득했답니다. 떨어진 사과를 대강 쓱쓱 닦아 깨문 그 한 입은 정말 잊지 못할 맛이라며 모두가 감탄했습니다. 그동안 먹기만 했지, 잘 알지는 못했던 사과 종류, 농법, 산지의 노고 등에 대한 생산자님의 친절한 설명에 모두가 알차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점검활동 후기]

임지화 조합원_
나는 지난 2013년 9월 25일, 출근하는 남편과 함께 7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졸지에 출근 인파가 몰려 4호선 지하철을 타고, 생산지 출발 약속시간인 8시 30분에 맞추어 도착했다. 이미 기다리고 있던 이종병 조합원, 김현옥 조합원 실무자 두 분과 함께 경북 상주시 화동면에 있는 상주햇살아래공동체로 향했다.

 

 


다행히 도로가 막히지 않아서 도착 예정시간인 11시 10분에 생산지 부근 어느 식당에 도착했다. 실무자들의 안내에 따라 조합원인 우리가 생산지에서 진행해야 하는 일정을 설명 듣고, 사전 학습시간에 교육 받은 내용을 다시 한 번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합원인 우리는 사전에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미팅 전에 한살림 연합회에서 나온 실무자도 한 명 합류했다. 일정에 따라 미팅이 끝나자마자 미팅 장소인 식당에서 점심을 시켜 먹었다.

 

 

우리가 점검할 햇살아래 공동체 소속인 이학수 생산자님을 먼저 찾아갔다. 이학수생산자님은 보이지 않고, 작업장에서 사모님이 인부들과 포도 선별 작업을 하고 있었다. 포도에서 어찌나 단 내음이 풍겨나든지 침이 입에 가득 고였다. 사모님과 인사를 하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퇴비 창고로 가 사모님의 설명을 들었다. 잡풀과 작물 부산물로 만드는 고체 퇴비는 물론 액비도 발효시키는 광경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감식초가 잘못 되어 감식초대신 액비료를 만들고 있단다. 그 사이에 소똥이 잔뜩 묻은 장화를 신고 이학수생산자님이 나타났다. 첫인상이 느긋한 시골 농부의 전형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곧바로 사과 농장으로 갔다. 농장은 다른 농작물과 이격 거리가 전혀 문제 되지 않는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른 농토는 보이지 않고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사과나무만 우리를 반기는 듯 햇살을 듬뿍 머금고 있었다. 몇 년 전에 가 봤던 한살림 충주 생산지 사과나무보다 키가 컸다. 이학수 생산자님 설명에 의하면 금년에 사과 농사가 평작을 웃돈다고 했다. 생산자님을 따라 농장에 들어서자 사과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뒹굴고 있었는데, 이유는 탄저병 때문이란다. 그리고 죽어가는 나무도 있었는데, 옆에 새로운 가지가 나와 나무 일부분만 잘랐다 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사과나무 사이 빈 땅에서 자라고 있는 무성한 잡초였다. 결혼하기 전까지 고향에서 부모님이 농사짓던 기억을 살려 생각해보니 땅이 비옥하고, 일손이 모자라구나 단박에 알 것 같았다. 더구나 한살림 출하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잡초도 농약으로 해결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생산자님한테 물어보니 그 잡초도 정해진 기준에 맞추어 수작업이나 제초기로 베어내야 하는데 바빠서 차일피일 늦어졌다 했다. 농장을 꼼꼼하게 둘려 보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두 시간 가까이 농장을 둘러보고 생산자님 댁으로 가서 영농일지, 각종 인증서, 농자재 구입 영수증, 한살림과의 약정내용 숙지여부 등도 확인했다. 그 서류들 가운데 생산자 본인이 체크한 자주관리 점검표에 무응답을 한 내용인 ‘인증기준에 적합 용수를 사용하는 여부’을 구두로 확인했다. 생산자님 답은 행정기관에서 수질검사를 하기만 하고 인증서 발급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이 다시 하려하니 비용이 10만원이 넘어서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조합원 자주 점검단은 용수를 끌어오는 곳의 위치를 재차 확인하고 단지 관청 인증서만 없을 뿐 큰 문제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이외 부분은 생산자님이 스스로 체크한 점검표와 일치함을 확인하고 다음으로 나신기 생산자님 댁으로 갔다.

 

 

나신기 생산자님의 농장은 평지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이격 거리를 확인해야 했다. 바로 옆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차단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앞서 농장을 한 번 확인해봐 요령이 생겨 이학수 생산자님 농장보다 수월하게 점검 할 수 있었다. 나신기 생산자님의 농장에는 몇 그루의 사과나무를 베어 낸 자리에 고추와 김장 농사를 짓고 있었다. 아주 작은 일부분이지만 그 농작물도 과수 기준에 맞추어 짓는다고 했다. 내 눈으로 확인해 봐도 고추가 많이 달려 있기는 해도 약간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배추와 무 사이에 잡초가 같이 자라고 있었다. 사과나무 사이 빈 땅에 난 잡초는 이학수 생산자님 농장보다 더 무성해서 걸려 넘어질까 조심스러웠다. 나신기 생산자님의 말에 의하면 일반 농가에서는 오래 보관하기 좋은 부사 재배만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리고 사과는 10월 이후에 출하하는 품종이 단맛을 듬뿍 담고 있어서 맛이 더 좋다고 했다. 처음 들어본 품종인데 감홍이라는 사과는 크기가 큰 편이고 색이 빨갛지 않고 금빛처럼 누렇게 보였다.

 

 

역시 서류로 확인해야 하는 점검표 체크는 작업장 평상에 앉아서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나신기 생산자님의 서류에는 본인이 체크한 내용과 일치해서 자주 점검단의 의견교환이 쉽게 끝났다.
그 다음 다시 생산자님과 처음 만났던 햇살아래 공동체 모임장소로 이동해 가서 점검 평가를 하고 자주점검보고서 기록까지 하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보고서 내용은 사전학습회의에서 나온 질문내용, 체크리스트에 근거한 확인결과, 참여 소감, 생산지에 희망하는 점, 생산지나 물품을 알리기 위한 제안 등이다.
참여 소감을 한 마디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서로 고마워하며 삽시다’ 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안전한 밥상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경제를 책임지며 서로를 위해야 하는 사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한살림 초창기부터 생산자 조합원인 햇살 아래 공동체 전 회장님 말에 의하면 초창기에는 우리나라에 유기농이라는 단어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고, 유기농법도 몰라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하나 둘 몸으로 익히는 과정을 밟아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니까 유기농 농사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도, 관청도 없을뿐더러 관련 서적도 없었으니 오로지 자신의 신념대로 황소처럼 묵묵히 느릿느릿 일구어 낸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한 항목 이외에 농촌에서 자란 나도 모르는 게 있었다. 이를테면 필지주변 항공방제 여부다. 하긴 30년 전엔 아마 항공방제라는 단어도 없었을 것이다. 농사방법도 시대에 따라서 달라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위치라는 생각한다. 문제는 그 달라지고 있는 방법이 과연 우리 인간들에게 어떤 득을 주며 해를 입히는 지는 따져 볼 수 있는 지식이나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지식이나 지혜는 어떻게 습득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본인의 답은 순전히 소비자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추측해 보건데, 한살림 조합원이라면 누구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거라 믿는다. 그래서 우리 소비자 조합원은 생산자 조합원과 한가족이 되어 서로 격려하며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 한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면 다 된다고 하지만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스스로 신념을 갖고 황소처럼 묵묵히 농사를 짓거나 다른 공산품을 생산하려고 하는 조합원이 없다면 우리는 자본주의 논리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대량 생산된 속보다 겉만 번지르르한 물건을 구입해야 되고 그 걸 먹고 써야 하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지 않는가! 끝